"기업 이미지 경쟁, 가상인간 내세우는 시대죠"


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 스타트업캠퍼스 내 사무실에서 가상인간 ‘리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네오엔터디엑스

“기업들이 각자의 가상인간(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을 내세워 이미지 경쟁을 하는 때가 곧 올 것입니다. 움직임을 자연스럽고 빠르게 제작하는 기술로 ‘버추얼 휴먼’ 시장을 이끌고 싶습니다.”

가상인간 캐릭터 전문 스타트업 네오엔터디엑스의 권택준(43) 대표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영상 콘텐츠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오엔터가 만든 ‘리아’는 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가상인간이다. 1월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리아’는 30분간 실시간 쇼호스트로 진행을 맡았는데 방송이 끝날 때까지 시청자 상당수가 가상인간임을 눈치채지 못해 화제가 됐다. 3월에도 GS리테일의 삼각김밥을 실제 쇼호스트와 함께 판매했다. 권 대표는 “실사형 가상인간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 것은 사실상 세계 최초”라며 “기술 검증을 위한 데뷔가 예상을 넘는 관심을 끌어 회사도 놀랐다”고 말했다.

네오엔터의 기술은 방송을 진행하는 실제 쇼호스트 얼굴에 ‘덧씌우기’ 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이 실제 얼굴 사진 한 장을 보고 형상과 움직임 패턴을 유추해 영상을 만들어낸다. 기존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풀 3차원(3D) 제작이나 사람 모델을 정밀 촬영하는 것과는 다른 네오엔터의 독자 기술이다. 그는 “3D나 사진 촬영은 장시간·고비용의 단점에다 부자연스러운 느낌까지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 모델의 동작에 맞게 1초 미만으로 시간차를 줄이는 변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네오엔터는 원하는 캐릭터를 하루 만에 완성한다. 지난해 말 AI 알고리즘 ‘네오버추얼휴먼’을 개발한 후 자체 제작한 캐릭터만 5000개 정도다. 그는 “제작 속도는 기존보다 1000배 정도 빠르고 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아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지금껏 가상캐릭터를 제작해준 곳은 50여 군데에 이른다. 연초 타타대우의 트럭 신차 발표회에서도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네오엔터의 가상인간 ‘미즈 쎈’이 주목받았다.

그는 “사생활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가상캐릭터를 찾는 수요가 늘 것”이라며 “대기업 소속 가상인간끼리 인기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한복 공정’에 맞서 소셜 벤처 프로젝트퀘스천과 손잡고 한복을 입은 리아의 뮤직비디오와 댄스 영상도 6월 내보낼 계획이다. 하반기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 계획을 소개한 그는 “드라마 인물의 아역이 등장할 때 AI로 성인 배우의 어릴 때 얼굴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가상캐릭터들로 이뤄진 신인 그룹도 연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원래 건축학도 출신으로 뒤늦게 이미지 기술에 눈을 떴다. 성균관대에서 건축공학·조경학을 전공한 후 KAIST 등에서 AI·빅데이터 분야를 다시 공부했다. 2018년 웹툰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네오코믹스’를 세운 그는 지난해 가상인간 ‘로지’ 출현에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 방향과 함께 사명도 바꿨다.

올해 기업 캐릭터 제작 100건을 목표로 잡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의 문도 두드릴 계획이다. 그는 “어릴 때 접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는 가상인간 캐릭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 스타트업캠퍼스내 사무실에서 가상인간 ‘리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네오엔터디엑스

가상인간 ‘리아’ 사진 제공=네오엔터디엑스




박현욱 기자(hwpark@sedaily.com)